출처: 헤럴드 경제신문 2008.05.12
http://www.heraldbiz.com/SITE/data/html_dir/2008/05/12/200805120003.asp?tpm=FD****
엔터산업 비밀 숫자에 숨어있다
영화수익 극장-투자사-제작자… 5대3대2
방송사 해외 판권 독점… 아시아 지역만 5대5 배분
벨소리-컬러링 등 수익원 다양… 가수 몫은 4% 불과
관객 1명이 영화관람료 7000원을 내면 이 중 극장 몫은 얼마이고 영화제작사 몫은 어느 정도나 될까. 1000원을 내고 휴대폰 컬러링 음원을 다운로드받으면 가수나 작곡가에겐 얼마나 돌아갈까. 시청률 좋다는 드라마는 얼마나 벌어 방송국과 제작사 주머니를 채울까.
엔터테인먼트산업의 경제적 목표는 돈이다. 무형의 가치를 생산하는 창조적인 대중예술에 바탕하지만 경제적으로는 돈이 유일하고도 절대적인 목표다. 많은 이와 기업이 돈을 위해 흥행시장에 뛰어들고 더 많이 갖기 위해 서로 싸운다. 엔터테인먼트산업의 주체는 돈을 투자하는 자와 그 돈을 받아 콘텐츠를 만드는 자, 만들어진 콘텐츠를 유통시키고 판매하는 자들로 구성된다. 이들은 협력해서 더 많은 부가가치를 생산하려고 노력하지만 최종적으로 얻은 결과물을 하나라도 더 많이 배분받기 위해 서로 치열한 투쟁을 벌이기도 한다.
최근 국내 엔터테인먼트산업 시장 규모가 크게 성장하면서 방송, 영화, 대중음악 분야에서 각 주체들 간의 수익배분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무엇 때문에, 왜 싸울까. 공개된 자료와 관계자들의 증언, 어렵게 입수한 내부 문서를 통해 엔터테인먼트산업 각 분야의 ‘영업비밀’을 엿봤다. 엔터테인먼트산업의 경제학이 숨어 있는 ‘수익 배분의 원리’다.
▶5대3대2(극장 대 투자사 대 제작사)에 숨은 영화산업의 비밀
영화산업의 수익 배분 원리는 엔터테인먼트 각 분야 중 제일 투명한 편이다. 한국영화의 경우 입장료 수입 중 제일 먼저 극장 측이 절반을 떼어가고 나머지 절반을 투자사와 제작사가 나눈다. 나머지 절반 중 일단 먼저 투자자에게 원금을 회수하고 그 나머지 수익을 투자사와 제작사가 보통 6대4로 나눈다. 제작비를 0으로 놓고 영화발전기금과 각종 비용을 뺀 1인당 티켓 가격을 6000원이라고 했을 때 3000원은 극장이 갖고 나머지 3000원 중에서 1800원을 투자사가, 1200원을 제작사가 챙기는 셈이다. 총 제작비 50억원의 영화가 500만명을 동원했을 때 총 매출은 6000(원)×500만(명)=300억원이다. 300억원 중 150억원은 극장 몫이고 투자사는 원금 50억원과 순수익(150억-50억=100억원) 중 60%인 60억원을 더해 총 110억원을 챙긴다. 나머지 40억원이 제작사의 몫이다.
하지만 문제는 한국영화 대부분이 손실을 낸다는 데서 발생한다. 50억원짜리 영화가 50만명밖에 동원하지 못하면 극장은 총 매출 30억원 중에서 15억원을 가져가지만 투자사는 나머지 15억원을 챙겨도 무려 35억원이 손해다.
문제는 한국영화에만 불리하게 적용되는 극장 비율에도 있다. 외화는 배급사와 극장이 수입을 나누는 비율이 6대4다. 한국영화 5대5보다 영화사에 훨씬 유리하다. 한국영화 제작자들이 불만을 쏟아내는 대목이다. 또 보통 투자사와 제작사의 수익 배분 비율이 6데4지만 계약에 따라 7대3이나 8대2로 조정되기도 한다. 영화계에서 가장 강자는 극장이고, 두 번째가 투자사이며, 제일 약자가 한국영화 제작사다. 멀티플렉스 극장을 소유하고 투자배급업을 겸하는 CJ엔터테인먼트와 롯데엔터테인먼트 등이 영화업계의 큰손으로 꼽히는 이유다. 제작사와 투자사가 수익을 늘리기 위해서는 극장요금을 올려 전체 파이를 키우거나 극장의 몫을 좀더 나눠 갖는 수밖에는 없다. 극장요금 인상 목소리가 극장업계보다도 오히려 제작사들 내부에서 더 크게 나오는 이유다. 또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극장의 불공정 행위를 근절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가요, 6대4에 숨은 컬러링의 경제학
가요는 영화보다 수익 배분 모델이 좀더 복잡하고 수익원이 훨씬 다양하다. 하지만 가요시장에서 가장 큰 수익원으로 등장한 음원시장 중 휴대폰 벨소리와 컬러링의 수익 배분은 변화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곡당 컬러링을 다운로드받는 정보 이용료가 1000원일 경우 대략 600원이 인터넷 포털이나 통신사 등 망사업자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400원이 제작자, 가수, 작곡가, 연주자 등 제작 부문에 돌아온다. 콘텐츠의 유통 통로인 유.무선 플랫폼 사업자들이 절대 강자인 시장인 셈이다. 이들은 소비자들의 접속료나 통화료 등 망 이용료는 따로 받고 곡당 지불되는 정보 이용료에서도 무려 60%나 가져가는 것이다. 이 60%는 이동통신사업자나 각 인터넷 사이트, 원곡을 온라인 서비스가 가능한 형태로 바꾸는 업체들에 나눠진다.
정확한 매출 규모는 각 업체에서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 따르면 매해 상위 10곡 정도가 20억~25억원 선의 매출을 기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선풍을 일으켰던 원더걸스의 ‘텔미’나 빅뱅의 ‘거짓말’이 이 경우로 총 매출 2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어림잡아 12억원이 통신사와 온라인업체 등 네트워크 관련사의 수익이 되고 나머지 8억원이 제작사, 가수, 작곡가 등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음반의 경우는 어떨까. 내부 자료 등을 참고했을 때 1장의 CD가격이 1만3000원(제작원가 2000원)일 경우 3500원 정도가 제작사(제작자, 가수, 연주자, 작곡가 등 포함)의 몫으로 돌아가고, 1300원 정도를 배급사(유통사)가 벌며, 도.소매상이 각각 2500원씩을 받는다.
그렇다면 가수는 얼마나 벌까. 음원으로 돌아가는 수익은 정해져 있다. 가수와 연주자 등 실연권자는 벨소리, 컬러링, MP3 다운로드로는 총 매출의 5%, 스트리밍 서비스로는 2.5%를 받는다. 한 곡이 20억원의 음원 매출을 올렸을 때 가수에게 떨어지는 몫은 대략 4% 정도인 800만원이 된다. 여기에 저작인접권자(25~40%)로서 일부 권리를 인정받고, 작곡이나 작사에 참여했을 경우에는 저작권자의 몫(5~9%)도 일부 챙길 수 있다. 결국 20억원의 매출에서 최소 1000만원 전후의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음반은 계약에 따라 일정액의 계약금만 받는 경우도 있고 장당 얼마씩 러닝개런티를 얻을 수도 있다.
▶방송, 10대0의 제로섬 게임
최근 각 주체 간 갈등이 가장 불거진 분야가 방송이다. 일종의 플랫폼사업자라고 할 수 있는 지상파 방송사와 창작주체인 외주드라마제작사 간의 대립이 핵심이다. 이슈는 방송사가 독점하는 저작권이다. 김종학프로덕션의 박창식 제작이사가 작성한 ‘드라마제작사의 드라마 제작, 유통, 현황과 과제’라는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1일 현재 1주일간 방영되는 드라마는 총 25편, 76회에 달하며 방송시간으로는 3370분이다. 이 중 70%인 2420분(총 16편 50회)을 외주제작사가 담당하지만 일부 작품을 빼놓고는 방송사가 저작권을 갖는다. 수익도 일방이 독점하고 양 주체가 알아서 벌어쓰는 구조다. 드라마가 방영돼 얻을 수 있는 수익은 크게 광고, PPL 등 기업 협찬, 해외 판매, 케이블.DMB.인터넷 등의 뉴미디어 판권, 캐릭터를 비롯한 라이선싱사업 등으로 나뉜다. 이중 광고수익과 뉴미디어 판권은 보통 방송사가 독점한다. PPL과 기업 협찬은 제작사가 알아서 받아 자기 주머니에 넣는다. OST 등 음악사업 진행과 수익도 제작사가 전담한다. 일본 중국 동남아에서 미국과 유럽으로까지 제법 규모가 성장한 해외 판매 수익이 비교적 두 주체 간에 일정 비율로 나눠갖는 룰이 정착됐다. 기본적으로는 해외 판권을 방송사가 소유하되 아시아 지역에 한해 3~5년간 판매수익을 5대5로 분배한다. 물론 타 지역과 해당 기간 외의 해외 판매 수익은 방송사가 독점한다.
드라마제작사협회는 방송사에서 외주제작사에 지급하는 제작비가 실제작비의 50~60%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드라마제작사협회 소속 25개사는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개사가 드라마 저작권과 관련해 제작사의 권리를 무시함으로써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며 지난 2월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들은 드라마의 저작권은 창작 기여도, 투자 비율 등에 따라 정해야 함에도 방송사들이 드라마에 대한 모든 권리를 포괄적으로 양도받는 계약관행을 고집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망
방송, 가요, 영화 등 국내 각 엔터테인먼트산업에서 수익 배분 비율을 둘러싼 갈등은 크게 봐 창작자인 제작 부문과 유통사인 플랫폼사업자 간에 이뤄지고 있다. 특히 콘텐츠산업에서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동통신자본은 광대한 온.오프라인 네트워크에 기반한 강력한 플랫폼을 통해 제작.유통.소비 전반에 걸쳐 지배력을 키워가고 있다. 극장, 음반, 지상파방송 등 기존 매체뿐 아니라 최근 급속하게 확장되고 있는 IPTV 등 뉴미디어 콘텐츠시장에서 각 주체 간 알력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이형석.홍동희.김수한 기자(suk@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