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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22일

[예병일의 경제노트] 버핏과 경제위기... 조종사의 실력은 폭풍속에서 드러나는 법이다

출처: 예병일의 경제노트 [2008년 9월 19일 금요일]



버핏과 경제위기... 조종사의 실력은 폭풍속에서 드러나는 법이다

(예병일의 경제노트, 2008.9.19)

투자자로서 자신의 역량은 혼란기 동안 자신의 철학이 얼마나 효력을 발휘하는가에 달려 있다.
제트기 조종사의 진정한 실력은 완벽한 날씨에 자동항법으로 얼마나 잘 비행하는가가 아니다.
그보다는 엔진 넷 가운데 하나만 동작하는 상태에서, 승객들이 가득 탄 비행기를 몰고 엄청난 폭풍을 뚫고 지나가, 한 번의 시도밖에는 할 수 없을 만큼 연료도 거의 다 된 상태에서 시계제로인 눈 덮인 낮선 활주로 위에 착륙할 때 드러나는 법이다.


로버트 마일즈의 '워렌 버핏 실전 가치투자' 중에서 (황매, 134p)






어제 경제노트에서 '트리플 약세'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오늘 금융시장은 정반대로 '트리플 강세'였지요. '주가상승 + 원화가치 상승(환율하락) + 채권값 상승(금리하락)'이 동시에 나타났습니다.
하루 하루 상황이 급변하는 금융시장. 경제가 그야말로 '위기'임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대부분 '공포감'을 느끼거나 크게 위축되어 있는 이런 상황에서 워렌 버핏이 기업을 사들였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18일 유동성 문제로 급매물로 나온 미국의 원전업체 콘스텔레이션에너지그룹을 인수키로 했다는 겁니다. 인수가는 1주일 전 주가의 절반 수준인 47억달러.
"시장이 공포에 빠졌을 때 탐욕스러워져라"는 그의 평소 이야기를 실천하고 있는 셈입니다. 실제로 버핏은 지난해 10월 이후 8번이나 기업을 사들였습니다. 모두들 투자를 꺼리는 상황을 오히려 좋은 기업을 싸게 사들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는 듯합니다.

'가치투자'로 표현되는 버핏의 투자철학. 그는 '증시'가 아니라 '기업'에 투자합니다. '월가'가 아니라 '메인가'에 관심을 쏟습니다.

물론 그도 주가폭락기에는 여러차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특히 1972년~1974년 사이에 주가하락으로 순자산의 60%를 잃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그의 '성공적인 투자' 2건을 막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그는 워싱턴포스트와 시즈캔디를 각각 1천1백만 달러, 2천5백만 달러에 사들였고 현재 자산가치가 각각 십억 달러대로 늘어났습니다.

저자의 표현대로 제트 조종사의 실력은 평소의 좋은 날씨에 자동항법장치로 얼마나 잘 비행하는가에서 드러나지 않습니다. 자주 발생하지는 않지만 엄청난 폭풍우를 만났을 때. 그 악천후 속에서 침착하게 착륙을 시도할 때 그의 진정한 실력이 드러납니다. 우리들의 실력도 그럴 겁니다.

시장이 공포에 빠졌을 때 투자에 나서고 있는 버핏. 그 결과는 몇년 뒤 나올 겁니다. 벌써부터 그 결과가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그 결과와 관계 없이, 이런 패닉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이성적으로 자신의 철학과 판단을 실천해가는 그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느낍니다.